제주도 한달살기

2020-01-04

내일이면 제주도로 간다. 일단은 한살살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가서 답답하다 느끼면 한달안에 돌아올테고 그 반대의 경우라면 좀 더 장기적으로 머물 수도 있다. 그런데 내가 아직 제주도를 지금껏 제대로 가본적이 없거니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항상 서을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는 정말 가봐야 알 것 같다. 물론 아무런 계획없이 가진 않는다. 읽고 싶었던 책들도 몇권 챙겼고, 스프링 관련된 인강도 있고 무엇보다 요새 먹고 있는 약에 대한 기록을 할 수 있는 토이 프로젝트로 하나 만들어볼 생각이다. (이 모든걸 다 하고 올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할일이 없어 심심하진 않을 것 같다. 그리고 플스도 챙겨간다!)

제주도로 가는 이유는 나름 명확하다. 공기좋고 물 좋은 곳에서 지내면 무엇보다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이유이다. 물론 이런 이유에서는 다른 지역들도 있었지만, 이왕에 마음 먹고 가는 것이라면 제대로 가보고 싶은 마음이 컸고 무엇보다 이번 기회에 제주도와 좀 더 친해지고 싶었다.
병원에는 따로 제주도에 간다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 2주마다 받는 항암은 당일치기로 움직일 생각이다. 물론 체력이 잘 받쳐줘야 하지만.. 아직은 다른 병원으로 전원을 하고 싶지는 않다.

많은 책에서 언급 돠었듯이 내가 생각하고 믿는 대로 이루어 진다고 했다. 물론 이미 그렇게 되었다는 강력한 믿음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물론 나는 이 말을 믿고 다 잘될거라 생각을 하고는 있었다. 그런데 이번 재주도 여행을 통해 좀 더 구체적으로 앞으로의 나의 긍정적인 모습을 그려보고 믿어볼 생각이다.
회사에서는 4월에 새로운 사무실을 오픈한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속해 있는 팀이 4월에 새로운 사무실로 이사를 한다고 한다. 현재는 사무실에 자리가 없어서 내자리가 없는 상태이다. 나는 당당히 4월달에 내 자리를 받아 출근할 것이다. 물론 예전처럼 음주가무를 즐기지도 않을 것이지만 평범한 일상을 누릴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생활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할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하루하루가 지루하게 흘러가겠지만, 나는 그 지루함을 즐기고 싶다. 얼마전부터 구충제를 먹고 있다. 몇몇 사람들은 급한 마음에 용량을 늘려서 먹고 있다는데, 나는 아직까지는 정량(?)으로 먹고 있다. 임상이 없어 정량이라는게 없긴 하다만.. 종양을 줄여서 수술을 할 수도 있고 아예 종양이 사라져서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될지도 모른다. 현재는 복막까지 전이가 되어 있어 4기로 분류가 된다. 내 생각에는 구충제 때문에라도 복막전이는 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추가 전이도 없이 일단은 3기로 내려갈 것이다.
그 다음엔 어떻게 될까. 수술을 할지 안할지는 아직 확실치는 않은데, 지금 생각에는 수술도 안하고 종양이 사라질 것 같다. 항암은 버티기에 쉽지 않은 처방이다. 아무리 나이가 젊어도 항암제가 몸속에 들어오는 것은 버티기 쉽지 않다.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 잘 버텨왔고 앞으로도 잘 버틸 것이다. 그리고 당당히 4월에 일상으로 복귀할 생각이다.

예전에 고열로 인해 응급실을 통해 꽤 긴 시간 입원을 했을 때, 주치의 밑에 의사에게 여명을 들은 적이 있었다. 복막까지 전이가 되었고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일반적으로는 1년안에 죽는다고 한다. 그 의사는 나도 예외가 아니라고 했다. 그 때는 왠일이었는지 온 가족이 왔었고 여명에 대한 설명을 듣고는 모두가 꽤나 충격을 받고 슬퍼했었다. 물론 그 의사는 잘못이 없다. 통계적으로 설명을 했을테고 많은 췌장암 횐자가 오래 버티지 못하고 사망하는건 현재로서는 어찌보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나는 아직 죽을 생각이 없고 지금까지 내가 쌓아오고 이뤄왔던 삶을 계속해서 이어갈 생각이다. 고열과 염증으로 인해 몸과 마음이 많이 약헤졌을 때, 이러다가 죽겠구나 싶었던 적도 있다. 그리고 현재 생활이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죽음으로 얼른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만약에 암이 사라져도 내 몸은 예전같이 못할테니 이렇게 살아 평생을 장애를 가진체 살아갈 텐데 그런 삶은 살지 못하는 것만 못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암을 극복한 허지웅의 말처럼 어두운 천장을 바라보며 어둠속에서 무너져 버릴 것 같은 느낌도 많이 받았다. 물론 암으로 인해 죽을 수 있는 가능성이 제로는 아니다. 획률이 높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나는 걱정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암을 극복하고 지루한 일상으로 돌아갈 계획이기 때문이다. 조금은 다른 얘기이지만 대학교 다닐 때도 그 받기 힘든 장학금을 받고 다녔고 거의 항상 1등을 했었고 졸업 때는 이과대학 1등으로 조기졸업을 했다. 이것을 확률로 따지면 몇프로나 될까? 엄청 낮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뤄냈다. 그리고 그 당시에는 내가 할 수 있는 획률을 따지고 계산하지도 않았다. 그냥 위에서 언급했듯이 할 수 있다는 믿음만이 있었다. 나는 이미 믿음의 힘을 경험했다. 한번이 어렵지 두번째 부터는 어렵지 않다. 그 때의 느낌을 살려 이번에도 이뤄볼 생각이다.

여담이지만 최근에 에어팟과 아이패드가 생겼다. 보증기간은 2020년 말 즈음이다. 소박한 목표가 있다. 내 손으로 이 두개를 직접 리퍼를 받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그 때까지 몸을 만들고 암을 내 몸속에서 지워야 한다. 리퍼 받는 날은 휴가 써야지. 나는 암을 이길 수 있고 이길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