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

2019-11-29

암세포는 다른 세포들과 달리 찐득하고 삐쭉하고 날카롭게 생겼다고 한다. 내 몸안에 있는 암세포를 눈으로 직접 본적은 없지만 여러모로 모가 나있다. 그런데 요즘 나의 말과 행동이 이 모난 암세포와 같아지는 것 같다. 나를 걱정해주고 아껴주는 가까운 사람들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하고 날카로운 말투와 행동을 하게 된다. 속으로는 이러지 말아야지 이러면 안된다 생각을 하면서도 점점 힘들어지는 몸상태 때문인지 나 역시 날카로워져 가는것 같다.

요즘들어 통 음식이 넘어가질 않는다. 조금만 먹어도 거의 다 토해내고 있고 죽이나 물종류 말고는 거의 입에 맞지도 않고 있다. 더 심각한건 입맛까지는 없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TV에서나 음식냄새를 맡으면 머리로는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평소에도 머릿속에 먹고 싶었던 음식들이 떠오르면서 메모장에 먹고 싶은 음식들을 적어놓고 음식을 사거나 주문을 한다. 그런데 고통스러운 건 눈앞에 음식이 있어도 막상 먹으면 많이 먹지도 못할 뿐더러 그나마 조금 먹은 음식마저 모두 토해낸다는 점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음식을 먹고 토할걸 알면서도 먹는다. 그마저도 안되면 아예 먹는 것을 포기해버린다. 입맛이 아예 없으면야 덜 고통스러울텐데 항암제를 투여받는 것만큼 고통스럽다. 언젠가는 이 기나긴 터널을 지나겠지만 지금 현재는 힘들고 고통스러운 날들이 계속 되고 있다. 언제 끝이 나는 걸까..

병원에 가서 밥을 먹지 못한다고 말하면 의사는 아 항암 부작용입니다. 소화제를 드릴까요? 라는 말만 반복한다. 지금까지 주치의가 바빠서 대진을 받아왔는데, 그 의사들은 나의 상태를 처음부터 보지 않았기 때문에 나의 몸상태에 크게 관심이 없는듯하다. 그리고 의사들은 대체적으로 친절과는 거리가 있는듯 하다. 나는 궁금한게 많아 이것저것 물어보고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지만 그들에게도 환자가 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바쁘고 힘들기 때문에 때로는 건성으로 대답하거나 빨리 이 외래가 끝나기를 바라고 있는게 눈에 보인다. 물론 의사들은 수 많은 환자들을 상대해야하기 때문에 이해를 못하는건 아니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외래 시간이 답답하고 자존심이 상하고 슬프다. 그래도 다행히(?) 다음 외래는 주치의로 잡았고 이번에는 가서 어떤 음식도 먹을 수 없는 상황을 강하게 이야기할 생각이다. 내 암은 혈관침윤상태라 당장에 수술이 불가능하다. 앞으로도 언제 수술을 할 수 있을지도 기약이 없는 상태인데, 삶의 질이나 기본적은 생활을 위해서라도 어떠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강하게 의견을 말할 생각이다. 항암은 체력으로 버티는 거라는데 뭐라도 먹어야 버틸 수 있지 않은가..
지금 나의 몸무게는 처참하다. 55키로 인데 태어나서 이런 몸무게를 가져본적은 없었다.

1차 항암제가 내성이 생겨서 2차 항암제로 변경을 하였다. 좋은 점이라고 한다면 주사를 맞는 시간이 1시간 정도여서 입원을 하지 않고 외래로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로인해 병원비가 급격하게 올라가게 되었다. 이전까지는 입원을 했었기 때문에 병원비에 70%정도까지는 지원이 되었지만, 외래로 바뀌면서 하루에 25만원까지만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변경된 항암제는 보험적용이 안되서 한번 가는데 최소 100만원정도 든다. 이 가격은 정말로 최소의 금액이고 내가 다른 처방을 받거나 다른 처치를 받게 되면 금액은 더 올라가게 된다. 주기는 일주일에 한번씩 맞고 한달에 3번 가야 한다. 그러니 한달에 적어도 300만원 정도의 병원비가 발생하게 되는데, 보험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은 75만원뿐이다. 암투병도 돈이 없으면 하기 힘들다. 나는 이 내용을 집에 공유 했고 이제는 집의 도움을 받아 병원비를 충당해야 한다. 내년이면 회사에서 받을 수 있는 병가가 종료되고 휴직으로 전환이 되면 적게나마 받던 월급 조차 끊기게 된다. 그렇게 되면 현재 살고 있는 집을 정리하고 본가로 들어가 살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물론 그전에 암투병이 끝나기만을 바라고 있다. 그리고 그 때까지 투병생활을 지속할 생각도 애초에 없었다.

글을 쓰다보니 글에서도 날카로움이 느껴진다. 그래서 글을 썼다가 지웠다가를 반복하고 자극적이거나 구체적으로 투덜거리는 부분은 차마 글로 옮기지 않았다. 이런 내용까지 글로 옮겨쓰면 앞으로의 나는 계속해서 날카로운 사람이 될까봐서 이다. 병원에 입원해있었을 때 여러 환우들을 본다. 그 중에는 나와 나이가 비슷한 환자들도 종종 봤었는데, 꽤나 성격이 날카로운 사람들이 눈에 보인다. 그들 옆에서 하는 얘기를 듣고 있으면 나까지 불편해지곤 했다. 그러면서 나는 속으로 저러지는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내가 그들과 같이 날카로워 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앞으로는 너무 부정적인 생각들을 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밝게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힘들겠지만 능동적으로 움직이고 운동도 꾸준히 하는게 좋겠다.

나는 반드시 암을 극복할 것이다. 하지만 오늘 저녁은 조금 슬프고 고통스러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