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항암과 링피트

2019-11-21

폴피리녹스

1차 항암제는 폴피리녹스였다. 이 항암제는 2박 3일동안 병원에 있으면서 3가지 항암제를 나눠서 맞아야 한다. 그렇기에 입원을 해야만 했는데, 아산병원은 워낙에 환자가 많아 입원이 대부분 밀리곤 했다. 2주에 한번씩 입원해서 항암제를 투약해야 하지만 병실이 없을 때가 많아 예약해놓은 입원 날에 입원한 날이 그리 많지 않았다. 체력적으로 못버틸 때는 은근히 밀리기도 바라긴 했었지만 내 몸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닌 단지 병실이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항암일정이 밀리면 속으로 걱정이 되기도 했다. 이래도 괜찮을까 싶기도 하고.. 혹시나 밀려서 종양이 줄어들지 않거나 혹시나 커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에 몇번은 담도염이 생겨 응급실에 입원하기도 했는데 아산병원에는 응급 치료실이 따로 있다. 그래서 일반적인 응급실에 있는게 아니고 6층에 나와같이 중증환자들이 응급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병실이 따로 있다. 응급 치료실은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는데, 응급실에 들어온 후 24시간이 지나면 나의 몸상태와는 상관없이 무조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 사이에 병실이 생기면 입원이 가능하지만 거의 병실이 나지 않는다. 이럴 경우엔 두가지 선택을 할 수 있는데 몸이 아파도 어쩔 수 없이 집에 가는 방법과 아산병원과 제휴(?) 를 맺은 근처의 병원에 입원을 해서 치료를 진행하는 방법이 있다. 한번은 아산병원 근처에 있는 조금 작은 병원에 몇일 입원 한적이 있는데, 입원을 하고 보니 나와같이 아산병원에서 온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들도 역시 아산병원에 병실이 나기를 기다리며 이 병원에 입원한 케이스였는데, 이 병원은 이런 케이스의 환자를 꽤나 흔하게 받는듯 했다. 앞뒤 사정은 모르겠으나 환자를 많이 받아서 인지 병원은 확장공사 때문에 하루종일 시끄럽고 분주했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아산병원만큼 큰 병원이 아니어서 그런지 서비스나 청결등 몇몇 부분이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다행히 나는 이 병원에 몇일있지 않아 아산병원으로 다시 갈 수 있었다. 별로 그 병원에 대해 좋은 기억이 없어서 그런지 다시는 가고 싶지는 않은 병원이다. (병원밥은 원래 맛이 없지만 특히 그 병원은 그 정도가 심했다. 심지어 수저도 주지 않아 개인이 따로 챙겨야 한다.)

응급실에 입원할 때마다 CT를 찍는다. 내가 어디가 아프다고 하는것보다 훨씬 정확하게 내 몸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서 인데 담도염 때문이었는지 찍을 때마다 종양의 크기가 커져있다는 소견이 나왔다. 그리고 응급실 의료진은 나에 대해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내리진 못하는듯 보였다. 입원할 때마다 내 몸속에 있는 스탠트가 잘못되어 옆구리에 관을 뚫어야 한다는 소견을 내놓곤 했는데 그러다가 주치의가 나를 다시 보면 응급실에서의 소견은 잘못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최근에 열이 40도까지 올라 생에 최초로 119에 전화를 걸어 응급차를 타고 응급실에 갔었다. 역시나 CT를 찍었고 지난번과 같이 옆구리에 담관즙을 받을 수 있는 관을 뚫어야 한다는 소견과 함께 종양이 커진 것 같다는 소견을 내놓았다. 나는 이번에도 역시나 응급실에서의 의견에 크게 무게를 두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운이 좋게 새벽에 병실이 생겨 바로 입원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다행히도 옆구리에 관을 뚫지는 않았지만 종양이 단순히 염증 때문에 부은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그 이유로는 항생제를 쓰고 조취를 취하니 열도 잡혔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주치의는 종양이 진행을 했다고 판단을 했다.

여러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염증 때문에 종양이 부었다고 생각을 했고 항암제에 내성이 생겼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건 내 생각일 뿐이고 주치의의 판단을 전적으로 신뢰하기 때문에 내성이 생겼다는 판단에 동의를 하고 2차 항암제로 바꾼다는 문서에 서명을 했다. 조금 찜찜한 것은 주치의 역시 담도안에 있는 스탠트가 막혀 옆구리에 담관즙을 뺄 수 있는 관을 뚫자고 했었다. 나는 속으로 아.. 망했다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영상을 판독하는 쪽에서 스탠트는 문제가 없이 정상 동작을 하고 있으며 지금은 굳이 옆구리를 뚫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이렇게 주치의의 판단이 왔다갔다 한 부분에 대해 나에 대해 정확하고 꼼꼼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있는걸까 생각이 들기도 했다. 결국 폴피리녹스는 내성이 생겼다고 결론이 났고 종양은 부은게 아닌 진행이 되었다고 판단되었다. 2차 항암제는 젬자, 아브락산이다. 이 항암제 폴피리녹스와는 다른 점이 있다.

  • 장점

    • 투약시간이 한시간정도 걸려 입원을 하지 않아도 된다. 즉 내 몸의 상태만 받아준다면 항암일정이 밀릴일은 없다.
    • 폴피리녹스보다 비교적 강도가 약한 항암제여서 몸에 심한 부작용이 덜하다.
    • 1주에 한번씩 투약을 해야 해서 외래를 볼 시간이 잦아졌다.
  • 단점

    • 몸에 있는 모든 털이 빠진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겉으로는 암환자 티가 나지 않았는데 이제는 겉으로도 확 드러날 것이다.
    • 1주에 한번씩 투약해야 하기 때문에 약의 강도는 덜해도 역시나 부작용이 부담이 된다.
    • 2차 항암제는 보험이 되지 않아 병원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 나는 예전부터 몸살기운에 특히 약했다. 이 항암제의 부작용은 몸살기운이다..

이론상 내 몸이 버텨만 준다면 일상생활을 비슷하게나마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번에 심한 설사를 겪고나서부터 몸무게가 5키로 더 줄었고 지금은 밥을 반공기 이상만 먹어도 소화를 시키지 못해 구토를 한다. 이는 십이지장 스탠트가 막혀서 일까 생각도 했다. 외래에서 강력하게 얘기해볼 생각이다. 이전에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도 꽤나 자세하게 얘기했지만 워낙에 주치의를 만나기 힘들어서 잘 전달이 안된듯 하다. 심하게 설사를 하기전에는 밥은 잘먹었다. 심지어 명동교자에서 국수 사리를 시켜 국물까지 다먹기도 했었다. 항암 부작용 때문에 위가 정상적으로 동작하지 못하는 것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스탠트의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하는게 내 생각이다. 항암제를 바꿔서 병원비가 백단위로 뛰었다. 그래서 큰 부담이 되지만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2차 항암제가 잘 듣는듯한 느낌이다. 항암제 투약을 한번뿐이 하지 않았긴 해서 느낌적인 느낌이지만 통증도 많이 줄었고 몸속에 뭔가가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온다. 이대로 종양이 줄어 수술을 할 수 있게 될것이고 좀 더 좋은 케이스는 완전관해를 목표로도 할 수 있곘다. 주치의는 2차 항암제 역시 어려운 싸움이라고 했지만 느낌이 좋다.

링피트

11월이 지나가고 있고 수능은 끝이 났다. 이제 겨울이 왔다. 소화를 잘 시키지 못해 항상 밥을 먹으면 소화를 시키고자 한시간 정도 걷는다. 그런데 이제 추워져서 옷을 단단히 입고 나가야 한다. 낮에는 햇빛이 있어 그나마 따뜻한데 밤에는 해도 빨리 떨어지고 추위도 더 강해진다. 그러다가 링피트를 발견했다. 홈피트니스란다. 집에서 운동을 할 수 있다는 말에 냉큼 구매를 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티비에 연결해서 플레이를 해보았다. 나름 스토리도 있고 몬스터를 때리려면 운동을 해야한다. 그래픽이 뛰어나거나 하진 않지만 집에서 운동을 할 수 있고 게임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운동을 할 수 있어 꽤나 만족스럽다. 내가 운동을 하고 있다기 보단 게임을 즐기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이제 점점 더 추워져 밖에 나가기 힘들어 질듯 한데 질리지 않고 꾸준히 해볼 생각이다.

끝으로..

앞으로 머리카락도 빠지고 눈썹도 없어질텐데 그런 것에는 아직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다만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잘 먹고 몸무게가 좀 늘었으면 좋겠다. 지금은 조금씩 꾸준히 먹으면서 체력을 보충할 생각이다. 다시 밥도 한그릇 뚝딱 먹고 도서관 가서 허고 싶은 공부도 계속 하고 싶다. 요 근래 계속 병원에 가고 몸상태도 좋지 않아서 공부에 많이 소흘해졌다. 물론 여전히 종양이 줄어들어 완전관해가 되거나 수술이 가능해지는게 첫번째 목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