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 째 일기

2019-10-24

아프고 나서

암선고를 받은지 4개월 정도 되었다. 회사엔 병가를 냈다. 집에만 계속 있다보니 답답한 마음이 크다. 항암제를 투여받기 위해 2주마다 병원에 입원을 해야하고 입원하고 나서 최소 2박 3일 입원을 해야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회사에 다시 복귀하는 건 쉽지 않아보인다. 그리고 몇번 응급실도 갔었고 퇴원을 하더라도 항암의 부작용 때문에 몇일은 집에서 골골거리고 있다. 회사에 다시 일하고 싶다고는 몇번 얘기를 했었는데, 다른 사람들이 불편해할 수도 있다고 해서 현재는 회사 메신저를 읽어보기나 할 뿐 회사일에 아무것도 관여하고 있지 않는다. 당장 출근을 해서 아프기 전처럼 일을 하지는 못하겠지만 재택근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있긴 한데 몸이 따라주질 않으니 속상하기도 하고 이런 내 자신에 화가 나기도 한다. 그래서 아쉬운 대로 집 근처 도서관에 가서 회사일 관련 공부를 하고 있다. 도움이 되는 인강도 몇개 봤는데 생각보다 유용해서 가끔 회사분들 만나서 인강을 추천하기도 했다. 몇몇 내용은 포스팅을 작성하기도 했는데,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내용이라고 생각했던 것들도 직접 설명을 하려고 하니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 디테일도 신경써야 하고 정확하게 기술하는게 은근 쉽지 않다. 내 시점으로만 작성을 하려니 내용이 장황해지기도 하고 삼천포로 흘러가기도 한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안다고 글도 많이 써야 느는듯 듯 하다.

지금까지 회사 관련된 기술 포스팅 말고도 개인적인 생각이나 일기도 써야지 생각만 해왔는데 계속해서 미루다가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도전해볼까 한다. 요즘 드는 기분이나 생각들을 기록하는 것도 좋아 보인다. 나중에 보면 재미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다. 처음에는 일기를 종이 일기장에 쓸까 고민했었다. 습관까지는 아니지만 예전부터 힘든일이 있을 때 종종 쓰곤 했는데, 그렇다 보니 일기를 쓰는 주기가 너무 길어지곤 했다. 집에는 지금까지 써왔던 종이 일기장을 보면 처음 써왔던 시기는 꽤나 옛날이지만 글이 많이 없다. 아무래도 평소에는 손이 잘 가지 않는다. 대신 블로그에 일기를 쓰면 좋겠다 싶은데, 온라인 상에 글을 쓰는건 성격이 아주 같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뭐라도 써놓고 보면 속이 시원한 느낌이다.

처음에 아프고 나서는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췌장염과 십이지장염등이 와서 몸이 많이 안좋기도 했었다. 무엇보다 암을 부정했고 심적으로도 꽤나 날이 서있었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프기 전에는 보지도 않았던 티비를 붙잡고 하루종일 영화채널을 보거나 재미없는 예능들을 보기만 했었는데 요새는 그나마 몸이 조금 나아져서 뭐라도 하고 싶단 생각이 든다. 그중 하나가 개발 관련 공부를 하는건데,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하고 있으면 정말이지 시간가는 줄 모르고 공부를 한다. 이 때만큼은 내가 정상인인 것 같고 아픈 생각이 들지 않는다. 공부해야 할 것들을 정리하고 하나씩 보고 있는데 하고 싶고 공부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다. 아프기전에는 짬을 내서 공부하느라 시간이 많이 없어 조금씩 밖에 보지 못했는데 요새는 몸 상태만 괜찮으면 하루종일 볼 수 있으니 꽤나 만족스럽다. 나중에 회사에 다시 복귀 하기 되면 아무래도 지금만큼 재미가 있진 않겠지. 회사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할 수는 없으니까..

집에서 할 수 있는 것

공부를 할 땐 무조건 도서관이나 동네 카페에 가서 했었는데 집에도 작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놓는게 좋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지는 않겠지만 컴퓨터 뿐 아니라 책을 읽을 책상 정도는 필요하다고 생각을 해서 집에 작은 책상을 하나 사려고 한다. 그리고 살까 말까 고민하는 것들이 있는데 회사에서만 썼던 해피해킹 키보드를 하나 살까 고민중이다. 키보드를 사야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들만 알 것이다. 병가를 내서 수입도 확 줄고 병원비가 많이 들긴 하는데 갈 때 내가 모아놨던 돈 들고 가는 것도 아닌데 하는 (위험한) 생각을 하면 못 살것도 없다. 이미 이런 마인드로 집에 전자드럼도 샀다. 몸 상태가 괜찮을 때마다 치고 있는데, 재미가 쏠쏠하다. 나중엔 직장인 밴드도 하고 싶다. 그리고 아이패드도 살까 말까 엄청 고민중이다. 인강을 듣거나 간단한 글을 작성하는 수준이라면 아이패드로도 충분히 할 수 있어서 이다. 그러기 위해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집에서 놀고 있는 라즈베리파이도 다시 세팅해볼 생각이다. 그리고 아이패드에서 터미널 어플을 쓰면 간단한 작업정도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아이패드나 키보드는 살지 말지 아직 모른다. 마음같아서는 바로 사고 싶지만 좀 더 내 의지를 지켜봐야 겠다. 그래도 책상은 하나 살 생각이다. 수입이 줄었기 때문에 회사에서 받아주지 않는다면 알바라도 해야하기 때문이다. 숨만 쉬어도 대출이자가 나가고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뭐라도 해야 한다.. 아직 해보지는 않았지만 모아놨던 돈을 까먹고 있는 상태에서 통장에 돈이 줄어들 때마다 마음이 불안해진다.

일기를 너무 자주 쓰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너무 뜸하게 쓰지는 않도록 노력하려고 한다. 쓸말이 없고 내용이 짧아도 되도록 글을 써볼까 하는 생각이다.